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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책자제작

안내책자 제작, 디자인 작업이후 어디서 읽히는가
등록일 : 26-02-26 10:47 조회수 : 326회

본문

안녕하세요, 희명디자인 디자이너입니다.

안내책자 작업을 오래 하다 보니 납품하고 나서도 한동안 마음에 걸리는 게 있습니다. '이 책자, 실제로 어디서 읽힐까.' 전시장에서 직접 지켜보면 대부분 훑어보다가 한두 페이지에서 멈추고는, 접어서 가방에 넣거나 테이블에 내려놓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차분히 읽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이 관찰이 저한테는 꽤 중요한 출발점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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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가 아니라 탐색 — 독자는 페이지 순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안내책자가 배포되는 환경은 단일하지 않습니다. 행사장 입구에서 나눠주는 프로그램 북, 병원 원무과 앞 책꽂이의 진료 안내물, 기업 신입사원 교육용 가이드북, 전시장 동선 안내 리플릿. 전부 '안내'라는 기능을 공유하지만 사용 조건은 제각각입니다.

행사장은 소음이 있고 이동이 잦습니다. 서서 책자를 펼치거나 대화를 나누면서 동시에 프로그램을 확인합니다. 병원 대기실에서는 앉아서 읽히지만, 이름이 호명되면 그냥 내려놓고 다시 이어서 보지 않는 경우가 흔합니다. 기업 교육용 책자는 강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동시에 페이지를 찾아야 하는 이중 집중이 요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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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황들을 나열해보면 공통점이 보입니다. 독자의 읽기 모드가 '정독'보다 '탐색'에 훨씬 가깝다는 것.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기보다, 자기한테 필요한 정보를 찾는 방식으로 움직입니다.

(제작자는 '페이지 구성'의 언어로 생각하지만, 독자는 페이지 번호 순서대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표지를 보고 구조 단서를 스캔한 뒤, 자기한테 필요할 것 같은 지점으로 건너뜁니다. 이걸 먼저 인식하지 않으면 아무리 예쁘게 만들어도 독자 손에서 빨리 내려놓입니다.)


탐색 동선을 결정하는 세 가지 층위

Q. 독자가 책자를 집어 드는 순간 가장 먼저 작동하는 건 무엇인가요?

진입 단서입니다. 표지 제목, 이미지, 분류 키워드처럼 '이 책자가 무엇을 다루는지'를 짧은 시간 안에 파악하게 해주는 요소들이죠. 이게 불명확하면 펼치기 전에 내려놓습니다.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표지에서 걸리면 거기서 끝납니다. (이거 생각보다 자주 일어납니다. 발주 담당자는 내용을 다 알고 있어서 제목이 어느 정도만 적혀 있어도 충분하다고 느끼는데, 처음 보는 독자한테는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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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진입은 했는데 원하는 정보를 못 찾는 경우는 왜 생기나요?

구조 지도가 없거나 약해서입니다. 목차, 탭 인덱스, 컬러 구분, 측면 마킹처럼 '지금 책의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알게 해주는 장치들이 이 역할을 합니다. 이게 빠르게 읽히고 직관적으로 분류될수록 탐색 속도가 달라집니다. 반대로 이 장치가 없으면 독자가 섹션을 파악하려고 여러 페이지를 직접 넘겨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집니다. (20페이지 이상인데 목차가 없거나 첫 펼침면에서 바로 안 보이면, 그냥 아무 페이지나 펼쳐보다가 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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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원하는 페이지에 도달했는데도 정보 파악이 안 되는 경우도 있던데요.

국소 정보 설계가 빠진 겁니다. 소제목의 위계, 강조 처리의 일관성, 여백의 호흡이 여기서 작동합니다. 텍스트가 많아도 훑어보기 쉽게 정리된 페이지가 있고, 텍스트가 적어도 원하는 정보를 찾기 어렵게 구성된 페이지가 있습니다. 정보량의 문제가 아니라 편집 구조의 문제입니다.


목차, 아이콘, 컬러 구분 — 항상 좋은 건 없다

목차는 분량이 일정 수준을 넘거나 독자가 순차적으로 참고할 가능성이 있을 때 제대로 기능합니다. 8페이지 이하 소형 책자에서는 목차가 장식처럼 느껴지는 상황도 실제로 있습니다. 반대로 20페이지 이상에서 목차가 빠지면 독자가 전체 구조를 파악하는 데 불필요한 비용을 치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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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 구분은 섹션이 명확히 나뉘고 독자가 특정 섹션을 반복적으로 찾는 구조일 때 힘을 발휘합니다. 병원 안내책자에서 '진료과/검사/원무'처럼 목적에 따라 찾는 파트가 갈리는 경우가 좋은 예입니다. 다만 섹션 간 경계가 유동적이거나 정보가 얽혀 있는 책자에서 컬러를 과하게 쓰면 오히려 혼란이 생깁니다. 색을 기능으로 쓰려면 색과 의미를 연결하는 범례나 측면 인덱스가 반드시 같이 설계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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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콘은 언어 독해보다 시각 인식이 빠른 상황에서 유효합니다. 다국어 환경, 고령 독자 비율이 높은 곳, 체크리스트처럼 빠른 스캔이 필요한 구조가 그런 경우입니다. 단 아이콘이 직관적으로 작동하려면 독자의 경험 맥락에 맞는 시각 어휘를 선택해야 합니다. 텍스트 레이블 없이 아이콘만 단독으로 쓰는 방식은 상황에 따라 오해를 낳습니다.

(아이콘이 많아질수록 독자가 그 의미를 학습하는 비용이 쌓입니다. 안내책자는 사용설명서가 아닙니다. 이거 잡지 않으면 나중에 '아이콘 너무 많아서 복잡하다'는 피드백이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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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션 배치 순서 — 제작자의 논리인가, 독자의 탐색 순서인가

이게 실무에서 가장 자주 충돌하는 지점입니다. 발주 기관의 조직도 순서나 내부 업무 프로세스 순서가 책자 구성에 그대로 반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담당자 입장에서는 자연스러운 흐름인데, 실제 독자는 그 순서대로 정보를 찾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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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쪽이 맞다고 단정하는 게 아니라, 지금 배치의 논리가 무엇인지 인식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이걸 짚어두지 않으면 디자인 단계에서 구조를 바꾸기 어려워집니다. (클라이언트한테 '순서 바꿔야 한다'고 말하는 게 쉽지 않으니까, 기획 단계에서 꺼내야 합니다. 디자인 시안 나온 뒤에 꺼내면 훨씬 힘들어집니다.)


판형·제본·종이 — 예산 문제만이 아니다

A5는 한 손에 쥐기 쉽고 가방에 넣기 편합니다. 행사 프로그램 북이나 관광 안내 책자처럼 들고 다니는 상황에 자연스럽게 맞습니다. 국배판은 펼쳤을 때 정보량을 담기 좋고 시각적 인상이 강하지만, 한 손으로 다루기 어렵고 보관이 불편합니다. 판형 선택의 출발점은 '독자가 이 책자를 들고 다닐 건지, 펼쳐놓을 건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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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본은 열람 습관과 직결됩니다. 중철은 비교적 평평하게 펼쳐져서 지도처럼 펼쳐 보거나 양손 사용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편합니다. 페이지 수가 많아지면 내구성 이슈가 나올 수 있습니다. 무선철은 두꺼운 책자에서 많이 쓰이고 외관이 정돈돼 보이지만, 완전히 눕혀 펼치기 어렵고 등 손상이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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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와 코팅도 사용 맥락에 영향을 줍니다. 유광 코팅은 색감이 선명하지만 조명 각도에 따라 반사가 강해 가독성에 영향을 줍니다. 무광 계열은 대체로 읽기 편하지만 필기가 필요한 책자라면 종이 성질을 같이 봐야 합니다. 상시 비치용이라면 두꺼운 평량지나 내구성 코팅이 실용적이고, 대량 배포 행사물이라면 얇은 평량지가 비용 면에서 현실적입니다.

('어떤 종이가 좋은가'보다 '어떤 조건에서 얼마 동안 사용되는가'를 먼저 정의해야 합니다. 이 순서가 바뀌면 결과물이 나왔을 때 '이거 뭔가 다른데'라는 느낌이 생깁니다. 정의하기 어려울수록 실무자가 먼저 꺼내줘야 합니다.)


디자인 시작 전, 먼저 짚어야 할 질문들

정답을 찾으려는 체크리스트가 아닙니다. 이 책자가 작동해야 할 조건을 구체화하는 질문들입니다. 저는 이걸 기획 단계에서 클라이언트와 같이 짚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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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자는 어떤 공간에서 배포되는가. 독자는 서서 보는가, 앉아서 보는가, 이동 중에 펼치는가.

한 번 읽히고 끝나는가, 일정 기간 반복적으로 참조되는가.

독자가 가장 먼저 확인하려는 정보는 무엇인가. 목적에 따라 탐색 경로가 갈리는가.

이 책자의 정보는 순차적으로 읽혀야 하는가, 독립적으로 참조되어도 되는가.

기획자가 읽히길 원하는 정보와 독자가 실제로 찾으려는 정보가 일치하는가.

디자인 시작 전에 독자 동선에 대한 어떤 관찰이나 가정이 있었는가.


좋은 안내책자는 좋은 탐색 흐름의 결과다

안내책자를 만드는 일은 인쇄물을 다루는 일입니다. 동시에 그 인쇄물 안에서 어떤 탐색 경험이 만들어지는가를 설계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좋은 레이아웃은 종종 좋은 탐색 흐름의 결과로 나타납니다. 그리고 좋은 탐색 흐름은 이 책자가 어디서, 어떤 자세로, 누구에게 펼쳐지는지를 먼저 구체적으로 상상한 데서 출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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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안내책자에 맞는 공식은 없습니다. 다만 '어떻게 만들 것인가'보다 '어떤 조건에서 사용될 것인가'를 먼저 정의하는 순서는, 적어도 저한테는 꽤 자주 유효했습니다. 이 데이터 단일화 작업이 제대로 되어 있어야 편집 구조도 잡히고, 그 구조 위에 디자인이 올라갔을 때 결과물이 자산으로 쌓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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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책자 기획이나 편집 구조 설계에 대해 궁금하신 부분이 있으면 편하게 문의해 주세요.

희명디자인 디자이너 드림.


- 참고할만한 희명디자인 인사이트 칼럼 링크 - 

1. 안내책자제작 및 디자인, 성공적인 기획 노하우 공개